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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를 돌아보면서 한숨 짓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동포사회와 현지사회의 어려운 경제 사정 때문만은 아닐지라도 고민 없이 지난 한 해를 살아온 사람은 없을 겁니다.

 

 삶의 연수를 많이 쌓아온 사람이나, 남이 부러워할 좋은 사업채를 운영하는 사람일지라도, 그리고 건강에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자신 있어 하는 사람에게도 삶의 언저리에서 생기는 문제 앞에 고민하고 염려하는 것은 인간 본래의 모습일 겁니다.

 

 이때 그 고민과 염려를 잘못 다스리면 돌이키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하게 되지요.

 

 평소에 존경받던 동포사회의 유지나, 학생, 주부, 그리고 평범한 한인들이라 할지라도 절망이 가져다주는 불안감을 이겨내지 못하면 자신을 학대하고 억압하여 엉뚱한 돌출구를 찾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그 해결책은 없는 걸까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묘사하는 말 가운데 ‘절망’이라는 단어와 ‘소외’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우리 주변엔 자신의 삶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문제만 바라보며 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내가 왜 사는지, 또 무엇을 위해 사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절망하고 있는 현대인에게 비친 일반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절망도 비극이지만 더 큰 비극은 이런 세상에 살면서 나하고는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없다는 소외감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서 높은 벽을 경험하곤 하죠.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이웃이 없습니다.

 

 현대인의 특징은 자신의 삶을 드러내려 하지도 않고, 이웃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하여 무관심하게 살아갑니다. 이렇게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 살면서 현대인들은 고독과 외로움을 경험하고 있지요. 하지만 그것은 현대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성공 후에 오는 답답함과 소외감, 힘들고 지쳐서 이제는 봉사도 섬김도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는 순진한 사람들, 정작 힘든 과정과 어려운 시절을 다 뚫고 지내왔는데... 이제 와서 내려놓고 싶다고 내 입으로 말하는 사람들...

 

 버나드 쇼는 “내게 두 가지 절망이 있다. 하나는 무슨 일들이 마음대로 안 되는 절망이고, 하나는 마음대로 된 이후에 오는 절망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누군들 문제를 잘 처리하고 스스로 새롭게 만들어 갈 수 있다면 무슨 염려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더 많이 고민하고 더 힘이 든다 해도 미래를 향한 소망을 잃지 말고 현재를 다부지게 만들어 가야 합니다.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이민을 처음 왔을 때 가졌던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은 사명이고 보람입니다.

 

 더 이상 힘들어 못하겠다고 포기하기 전에 반드시 자신에게 냉정한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나는 절망을 정직하게 극복하고 있는가? 아니면 적당히 현실에 타협함으로 비껴가고 있는 것인가?’

 

 2022년의 끝자락 성탄절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금 우리는 서로를 위로해야 합니다. 그리고 격려하고 세워주는 일을 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부족함을 채워주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오늘, 나의 삶에서 느끼는 답답함과 소외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분에 대한 믿음과 그분이 왜 나를 이 땅에 보내셨는가 하는 사명에 기초하여 살아간다면 2023년에는 놀라운 것으로 채워주시리라 믿습니다.

 

 연말을 초조함으로 보내기보다는 지난 역경을 통하여 자신이 조금 성숙해졌음을 흐뭇해한다면, 편한 마음으로 밝은 내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해가 다 가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격려와 사랑이 담긴 마음을 전해봅시다.

 

 내 사업도 힘들지만 ‘나를 사랑하고 생각해 주는 사람이 내 곁에 있었구나’ 하는 사실로 내 이웃이 감격하여 새 힘을 얻도록 말입니다.

 

 [고용철 칼럼니스트]

 

자그레브.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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